Title.결국 이거구나

얼마 전 페북에 썼던 글 하나 올립니다. 글이라기 보다는 대화 저장에 더 가까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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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미친듯이 내리던 화요일. 오랜만에 만난 선배형이랑 편육 한 접시 (아마 8천원?) 랑 수육 한 접시 (아마 12천원?) 놓고 두서너대예닐곱병 맥주를 비우던 때였던가, 만나서 하려고 했던 얘기는 재빨리 마무리짓고 결국 영원한 화두인 음악 얘기로 넘어갔더랬답니다. 비는 오지, 앞에 있는 사람은 좋지, 못한 얘기는 많지. 

 

"나가수라는 프로그램을 한다길래, 이야 제대로 된 가수들이 나와서 뭔가 제대로 하는 건가보다 했는데, 결국 이거더라구. 결국 이렇게 해야 팔리는구나"

 

"글게요. 찾아 보는 편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보고 듣게 되는데, 딱 쌍팔년도에 어떤 놈이 더 고음 높이 올리고, 어떤 놈이 더 기타 빨리치냐 그 경쟁하던 씬이더라구. 여기에 윤상 같은 애들 나오겠어요?"

 

"윤상 나오면 한큐에 짤리지 ㅋ"

 

지금 모 게임 관련 회사에서 음악과 게임 쪽 일을 하고 있는 이 선배를 처음 만났던 건 2005년이었습니다. 같이 일을 하면서 서로 알게 되다가, 회사 엠티를 함께 가서 새벽 다섯시까지 영화랑 음악 얘기를 하면서 확 친해졌죠 (아니 왜 거기서 영블러드가 생각난대). 

 

"그 왜 임재범 너를 위해, 그것도 저도 솔직히 보면서 이게 뭔가 싶더라구요"

 

"전성기 임재범을 듣고 살았던 사람이라면 그걸 보면서 한숨부터 나와야지"

 

"글치, 그것도 그렇지만 사실 더 큰 건 말유, 임재범이가 데뷔할 때부터 롤모델로 삼았던 건 데이빗 커버데일이라구요. 이안 길런 나가고 바로 들어왔으니까 프로로도 적어도 임재범 보다는 10년은 일찍 데뷔한 거지 그 양반이?"

 

전에 함께 술을 먹던 날, 신촌에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제대로 된 음악바에 가서 임재범의 '여러분'을 보면서 기분이 묘해졌었죠. 그 때는 너무 늦은 시간에 만난 지라 둘 다 취해버려서 그 다음은 기억도 안 나지만 (삐질). 

 

"그러게. 임재범 데뷔할 때 정도에 화이트 스네이크 한참 잘 나가고 있을 때니까. 존 사익스도 그 때 포텐이 터진 거 아냐"

 

"그렇죠. 근데, 그 임재범이 부침을 겪고 다시 대중 앞에 서고, 목은 망가지고 그런 게 2011년인데, 데이빗 커버데일은 2011년에 기타의 신 두 명을 양쪽에 데려다놓고 여전히 간지나는 헤비메탈을 하고 있단 말이예요. 이게 얼마나 짠해지는 얘기예요"

 

"그러게. 전성기에 제대로 된 레코딩 하나라도 남겨놨으면 마음이 이렇지 않을 텐데, 사실 임재범의 대표작이라고 그럴 만한 레코딩이 뭐가 있겠어"

 

"있잖아요 너를 위해 ㅋ"

 

(쓰고보니 결론이 뭐 이런가 싶지만, 어쨌든 기억하고 싶은 대화였어서 저장)


by 랜디리 | 2011/08/08 00:39 | 聽覺藝術 | 트랙백
Title.건다운 걱정된다
잘들 아실 만한 미식 관련 블로거인 건다운 님. 얼마 전에는 트루맛쇼에까지 출연하셨더랬죠. 

그 분의 특징 중 하나라면 '가르치려는 태도'가 아닐까 합니다. 때로는 폭언 수준의 말씀도 서슴치 않습니다만, 그만큼 많이 알고 많이 노력하는 분이기에 배운다는 심정으로 보곤 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분들이 한 번 뻘타를 치면 이제까지 자신의 고압적 태도와 폭언을 가능케 했던 '권위'를 더 쉽게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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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하고, 이번에 http://kr.blog.yahoo.com/igundown/13445.html 라멘 얘기가 올라왔습니다만, 단 몇 줄에 저렇게 많은 오류가 있다니 깜짝 놀랄 지경입니다. 

아래 돈코츠 라멘과 면발 얘기를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전문 인용은 안 하겠습니다). 

1. 미소와 쇼유에 비해서 돈코츠는 스프를 중심으로 먹는 라멘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만, 그 공식은 적어도 21세기 이후에는 전혀 통용되지 않는 공식입니다. 당장 미소와 쇼유 계열에서 특히 유행하고 있는 더블스프 (육류 + 어패류) 같은 사조만 생각해봐도 쉽게 알 수 있죠. 

2. 하카다분코에서는 라면을 먹다가 면을 추가하려고 해도 주지 않는다고 하는데, 면을 먹다가 도중에 사리를 추가하는 행위인 '카에다마'는 특히 돈코츠라멘에서 많이 쓰이는 식습관입니다. 심지어 예로 들어져 있는 하카다분코의 경우 아예 정식 메뉴로 카에타마가 들어가 있기도 한데요. 

(지금 보니 실수라는 얘기가 있지만, 여전히 돈코츠와 카에다마 얘기는 납득하기 힘들군요. 짐작입니다만, 우리 나라 라멘 계에서 카에다마라는 표현이 일반적으로 알려지게 된 때는 나오키 씨가 잠시 운영했던 아지바코 시절이었습니다. "아지바코에서 카에다마를 해 달라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저희 라면은 스프가 옅기 때문에 카에다마를 하면 맛이 흐려져서 안 해드려요" 하는 얘기가 있었죠. 아마 그 때랑의 혼동이 있었지 않을까 싶습니다)

3. 세면의 사용에 대한 얘기도 조금 황당합니다. 이건 저도 이 쪽에 정통한 선배한테 들은 얘기입니다만, 돈코츠 라멘이 세면을 사용하게 되는 이유는 상황적 특성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돈코츠라멘의 발생지인 하카다에서 처음 돈코츠라멘을 팔던 곳은 포장마차(혹은 노점, 屋台) 였는데, 이들의 경우 강한 불을 얻기가 쉽지 않아서 면을 빨리 익히기 위해서 세면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굳이 이런 이야기를 들지 않더라도 세면의 사용에 대한 설명이 황당한 이유는, 만약 그렇다면 스프를 중심으로 하는 라면집들은 세면을 사용해야 옳다는 걸까요. 스프가 면에 많이 뭍게 하기 위한 이유라면, 츠케멘이야말로 세면을 써야 할 텐데, 세면을 내는 츠케멘 집이라는 건 적어도 제 수비범위 안에서는 본 적이 없습니다. 

(사실 이런 건 모를 수도 있습니다만, 여기서 '정규의무교육' 하는 드립이 나오면 곤란하죠. 자기 얼굴에 침뱉기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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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실망이 크네요. 저 분 블로그야 당연히 계속 들어가겠지만, 자신의 취향 내지는 원칙과 맞지 않는 이들에게 건네는 조롱과 폭언을 보면 저 역시도 실소를 지을 것 같습니다. 

by 랜디리 | 2011/07/04 17:02 | 味覺藝術 | 트랙백 | 덧글(19)
Title.중국어로 시작해서 통큰 치킨으로 넘어갔다가 이노시시로 끝나는 야간 잡담.
외국어를 완전히 처음 배우는 건 근 20년 정도 만인 것 같다 (일본어의 기본이 완성돼서 어설프게나마 번역을 하고 원고를 쓸 수 있었을 때가 고등학교 2학년 때였고, 그 이후로 외국어를 '열심히 공부' 해 본 적은 없었으니). 

그 때문에 중국어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했으면서도 - 생각 정도가 아니라 2004년에 3개월 가까이 중국에 살면서 직접 겪어봤지 - '지금 내가 다른 언어에서 올라와 있는 레벨 정도로 올라가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고민 때문에 시작하지 못했던 게 사실. 

하지만 두 달 정도 지나가는 지금 시점에 와서는 오히려 왜 좀 더 빨리 공부를 안 했나 하는 후회가 들 정도. 처음에는 물론 조금 힘들었지만, 공부하다 보니 결국 언어에는 뭔가 공통적으로 작용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뭐라고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어쨌든 남들에 비해서 수월하게 배우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 

또 하나 걱정 되는 건 일정 수준에 올라가기 전에 자뻑을 해 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점이었는데, 당분간 중국 쪽 일도 해야 하는 입장이 되어 버렸으니 그 걱정은 없을 것 같다. 이미 회사에 영어/중국어 두 가지 하는 사람도 있으니, '최소한' 하나는 더 해 놔야 내가 회사원으로 경쟁력을 가지지 않겠나. 

(경쟁력 하니까 생각이 나니 좀 다른 얘기로 넘어가서) 트윗에 잠깐 썼던 말이지만, 조직의 핵심은 '누구라도 Replaceable 하게 만드는 것' 이다. 이걸 잘못 이해하는 사람들이 '나는 열심히 노력해서, 조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 되겠어'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뻘짓이 세상에 어딨나. 바로 당신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없애기 위해서 조직은 모든 이들을Replaceable 하게 만들려는 거란 말이다. 

때문에, 기본적인 접근 마인드 자체를 바꿀 필요가 있다. 조직이 당신을 Replace 하지 않는 것이, Replace 할 때 보다 더 이익인 상황을 만들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 당신은 계속해서 내가 이 조직이 아닌, 좀 더 나은 조직에서 (당신 자신이 만들어내는 조직도 포함) Component로 존재하더라도, 위에서 얘기한 것과 동일한 상대적 가치를 만들어나가야 할 필요도 있다. 

이미 조직에 대한 무한 애정, 그리고 그에 대한 보답으로써의 종신고용이 있던 시대는 지나갔다. 게다가, 설사 그런 조직에 들어가 있더라도 당신이 뭘 할 수 있을 것 같단 말인가. 나이 50먹은 대리 본 적 있나? 나는 NTT도코모랑 일하면서 몇 번이나 봤다. 그렇게 되고 싶나? 종신고용이라는 건 안 자른다는 거지, 당신이 설사 일정 수준 이상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걸 보장하고 그만큼 당신의 가치를 알아준다는 제도가 아니란 말이다. 

결국은 피터지게 노력하는 수 밖에 없는 게 세상이다. 

조금 민감한 얘기지만, 그래서 나는 최근의 통큰치킨 사태에 대해서도 조금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실업자, 혹은 명퇴자들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게 치킨이라고? 언제부터 튀김이라는 게 그렇게 만만한 음식이었나. 일본 긴자 같은 데 가면 우리 돈으로 5~6만원 하는 (중식) 덴뿌라 정식도 흔하다. 

대학교에 들어가려면 12년을 죽어라고 공부해야 하고, 다시 회사에 들어가려면 그 기간에 더해서 몇 년은 자기를 갈고 닦아야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는 회사에 들어갈 수 있다. 그리고 명퇴 자금으로 치킨집 정도 차릴 수 있는 이들이라면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길을 걸어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묻고싶다. 닭을 튀긴다는 건, 대충 프랜차이즈에서 대주는 닭 사서 튀겨내면 될 정도로 쉬운 일이었나. 기름진 맛에, 맥주까지 한잔 하면 (아싸 치맥) 뭐가 제대로 튀겨졌는지, 그렇지 않은 지도 모를 테니까? 어떻게 사람 입에 들어가는 음식을 만든다는 게 '퇴직자들이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인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일을 해야 하는 건데 말이다.

적어도 (프랜차이즈라도) 음식점이라는 걸 차리려면 최소 1년 정도는 자신이 일하려는 음식점에서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봄여름가을겨울은 한 번 보내봐야 seasonal issue라는 데 대해서도 어느 정도 감을 잡지 않을 텐가. 그런데, 과연 프랜차이즈 영업을 하는 사람들 중에서 이러한 과정을 따르는 사람들이 얼마 정도 있을까 하는 거다. 

좀 더 나아가서, 과연 그 정도까지 하고 난 다음에 프랜차이즈라는 길을 택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은 생각까지도 든다. 

신촌에 자주 가는 술집이 있다. 그 집 주인이랑은 거의 15년 정도를 알고 지낸 사이인데, 그 인간이 자기 가게를 낸 게 재작년이다. 신라호텔 케이터링 쪽에서 주방장으로 일했을 정도로 요리 쪽으로는 빠삭한 인간 조차도, 자기가 자기 가게의 맛을 챙기고, 수준을 챙긴다는 것에 대해서 그렇게 조심스러워 한단 말이다.심지어 안주 손님보다는 술 손님이 많은 락바에서 말이지. 

물론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살 수 없고, 그렇게 살 수 없는 사정도 많을 것이며, 이것저것 다 귀찮아서 그냥 프랜차이즈에서 주는 대로 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테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들은 그들의 성공과 안정을 담보로 삼아서 좀 더 편한 길을 택했다는 것이며, 나는 모르고라면 모를까 아는 상황에서는 그런 음식에 내 입맛을 맡길 생각이 없다. (내는 그럴 생각이 없어요). 

노력은 언젠가 결과를 보여주기 마련이다. 

요즘 연남동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 아니 이미 떠오른 - 이노시시. 난 그 가게에 하루 종일 손님이라고는 저녁 먹고 가는 일본인 아저씨 한 명이랑 우리 커플밖에 없던 시절부터 다녔다. 

비록 그 때는 초라했지만, 언젠가는 훌륭한 가게가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고, 양심적인 가격에 양심적인 음식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원가 같은 얘기를 하면 또 말이 길어질 테니 일단 이건 패스). 사장 두 분은 '동생'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어린 나이지만 - 둘 다 83년생이다 - 확고한 신념과 그에 뒤지지 않는 노력이 있는 이들이었기 때문에, 몇 번 씩이나 '이제 말 놓으세요' 하는 얘기를 들어도 깍듯하게 존대를 하며 마이스터로 모셨다. 

결국은 어떻게 됐나. 이제 자기들이 정말 제대로 하고싶어 하는 일을 하게 됐고 - 처음 열었을 때부터 '오마카세를 하고 싶다' 라는 얘기를 몇 번이고 했고, 실제로 한가했던 초기에는 좋다고 추천하는 대로 먹으면서 배우기도 했다 - 금전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성공을 거두고 있다. 

프랜차이즈 점주를 비난하는 건 아니다. 단지, 노력은 반드시 보답을 불러온다는 거고,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적어도 노력 만큼은 돌아올 수 있는 보답은 필요로하지 않는다는 건 알아둬야 할 거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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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고 있으니 이노시시에 가고싶어지는데, 요즘은 예약 안 하면 힘들기도 한 데다가, 직장을 분당으로 옮기니 시간 자체가 안 난다. 왜 강남에 본거지를 둔 사람들이 신촌에서의 만남에 질색했는지, 이제는 좀 알 것 같다. 

엉뚱한 데서 인생의 경험치를 올렸네;
by 랜디리 | 2010/12/23 02:17 | 其他等等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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